그의 “사이버연인”을 자처했던 그녀는 i에게 그가 6월 생일자라서 그의 성격이 이러저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i가 알고 있는 그의 생일은 2월이었다. 이 이야기를 D에게 묻자 그는 i에게 이야기한 것이 맞다며 그녀가 너무 미신을 숭상하기 때문에 그 모습이 꼴보기 싫어 거짓으로 생일을 6월로 알려주었다고 했다.
그는 주로 이런 식으로 말했다.
~ 라고 할 줄 알았지?
글쎄요…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하며 항상 곤란한 말이나 질문을 피했다.
사이버연인을 자처했던 그녀는 그와 끝난 이유가 그의 선을 넘어버린 발언 때문이라고 했고(사실 D를 아는 모든 이들은 그 말을 믿지 못했다) 그는 그녀와 로맨스 관계를 원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자꾸 그런 연인관계를 종용해서 끝났다고 했다. i는 거기에 농담 삼아 한 마디를 던졌다.
“그건 니 얼굴을 아직 못 봐서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하니 D는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고도 그런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ex-cgf가 쓴 D에 대한 회고록에 따르면 사진을 포함하여 그의 얼굴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써 있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한 걸까?
D: 여자들은 왜 다 로맨스관계를 원할까? 난 그저 대화를 하고 싶은 것뿐인데.
i: 그런 게 싫으면 남자들이랑 이야기하면 되잖아?! 여자들만 쫓아다닌 건 너잖아. 그리고 항상 단둘이, 밤새도록 이야기했으니까 여자들이 오해할 만하고 그건 너의 잘못이야.
D의 태도는 정말이지 애매모호했다. 말과 상반되는 행동의 연속이었다.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한없이 접해본 사람땜 팔자를 가진 i에게조차 새롭게 느껴지는 유형이었다.
D와 처음으로 단둘이 이야기할 때 그는 그녀에게 연애경험, 이상형 등을 물었다. 어떤 남자가 좋냐고 시도 때도 없이 물었다. 솔직한 성격의 i는 지금까지 사귀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했고 예의상 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국적이나 인종, 외모는 상관없고, 나이는 나와 비슷했으면 좋겠고, 최소한 나보다 똑똑했으면 좋겠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i에게 말했다.
“넌 확실히 다른 사람과 달라. 내가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 나눠본 사람 중에 네가 제일 똑똑해.”
D의 친구 P는 D가 i에게 살쪘다는 것을 놀리는 걸 보고 본인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고 i를 좋아하면서 솔직해지라고 했다. 그래서 i는 D가 자기 나이 또래 여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본인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D는 그런 이야기한 적 없다고 나이 차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태도를 바꾸고 애매하게 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선을 긋고는 싶지만 너무 선을 그으면 도망갈까봐 잡아두려는 어장관리같은 행동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눈치없고 자기 중심적인 그가 모태솔로일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i에게 그는 몇 번 안 되는 연애경험을 털어놨다. 그리고 나서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니?”
i는 못 들은 척했다. 어차피 말해줘봤자 처음에 아스퍼거를 의심했을 정도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D는 이해하지 못할테니까…
D는 매우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하고, i가 이야기하고 있는 방을 들락날락하며 본인을 봐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럴 때마다 i가 먼저 웨이브를 걸어 그와 1:1 대화를 시작했고 그 때마다 방을 프라이빗으로 바꾸는 것은 그였다.
마치 다른 방에 엄청 관심 있는 척했지만 사실은 그 방 이야기는 전혀 듣지도 않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있지도 못했다. 결국 i에게 관심없는 척 쿨한 척하는 것이었다. 일대일 대화를 걸면 못 이기는 척 받는 그였다. i는 그런 그의 모습이 아이같다고 생각했다.
[i가 D에게 보낸 메시지 발췌]
본인은 본인 이야기 1만 나와도 불쾌해 하면서
남들에게는 본인 정체를 숨기고 속이고 기만하고
남들은 본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시해도 되고
Passive agressive한 모습 보이면서 가스라이팅하고
본인은 절대 신뢰할 수 없는 언행을 보이면서
나를 신뢰했다는 말에 어이가 없네요.
내가 보낸 메세지는 다 씹으면서도
애 둘 딸린 유부녀 카톡은 그렇게도 신경 쓰이고 꼬박꼬박 답장해줘야 하고
그녀가 나랑 이야기하는 사실 아는 게 그렇게 신경 쓰이고 ㅋㅋ
그녀가 방에서 쫓겨난 게 그렇게 안쓰럽던가요?
본인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예의없이 굴어도 되는 건가요? 본인 숨기니까 그리고 본인이 안 보이니까?
그렇게 계속 비겁하게 사세요.
그는 좋은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아가서
나쁜 면을 드러내게 하고
그리고 “결국 이 사람도 나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 부류였다.
선하고 착한 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게 자기 자신인 것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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