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팔로우를 하고 이야기를 했지만 예전같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한 번의 언팔로 상처를 많이 받고 열 뻔했던 문을 더더욱 꼭꼭 걸어잠근 것 같았다. 둘이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뭔가 즐거움보다는 갈등이 많았다. 예전에 그를 처음 만난 방에서 사람들은 그가 툭하면 삐친다고 하는 말을 했고 그의 ex-cgf는 그가 moody한 성격이라고 했다. 그들의 말이 모두 옳았다는 걸 한 달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그 전에는 그걸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른답지 않고 안 좋은 버릇이었지만 절대 고쳐질 것 같지 않았다. 그의 감정이 폭발하여 나가겠다고 할 때 i는 있는 힘껏 그 자리에서 갈등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의 의지 없이 이러한 어플 상에서는 한쪽이 나가버리면 the end라는 구조였다. 그는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i의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진짜 호주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쉴새 없는 호주 액센트에 주소지에 대한 공격(?)을 당했다! 그는 시드니 북쪽에 산다고 답했지만 현지인의 매서운 질문에 당해내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를 피해버렸고 현지인은 i에게 본인을 숨기는 사람과 굳이 대화할 필요가 있냐며 좋은 사람 많은데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켕기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어를 못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산 것 치고 잘하는 편은 아니라며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라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i는 그동안 그에 대해 의심했던 점 등을 이야기했다. 근데 그 때 클럽하우스 오류로 그가 다시 돌아와서 몰래 듣고 있었으나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그는 본인이 졸고 있어서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더니 갑자기 “너에 대한 신뢰가 다 깨져버렸어”라고 말한 후 감정이 폭발했는지 또 나가버렸다. i는 여러 번 웨이브를 해서 붙잡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가 복수라도 하듯 언팔해버렸다.
그 이후 i는 다른 방에서 D를 보더라도 일부러 피해다녔다. 미안하기도 했고 스토커처럼 생각할 것 같아서였다. i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 S는 사람을 잘 파악하는데, 분명 D가 먼저 어떤 식으로든 맴돌든 접근하든 간에 다시 올 거라고 말했다. i는 그럴 리 없다고,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S의 추측이 맞았다. 다른 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찾아와 제발 맞팔 좀 해달라고 해서 핑 당해 불려간 방엔 D와 Q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언팔하고 방을 나가놓고 D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i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D에게 카톡을 보내어 i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다녔다던 Q는 i를 짐짓 모른 체했다. i더러 누구냐고 물었고 D는 그저 “전에 한 번 이야기했던 사이”라 답했다. 언제는 매일 이야기하는 거 Q에게 들켰다고 i에게 잘못을 추궁하던 그였다.
D는 i가 좋은 사람이라며 Q에게 좋은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i는 Q를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D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초대해놓고 둘이 만담을 주고 받는 상황이 마치 사람 갖고 노는 모양새로 느껴졌다. 참을 수가 없어 나와버렸고 D를 언팔했다. D는 뒤늦게 둘이 이야기하고자 다시 팔로우백을 했지만 이미 그것은 i가 언팔한 후였다.
D는 그 방을 나와 i를 쫓아왔다.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지만 화가 나 있는 i를 보고 짐짓 물러섰다. 그리고 백채널로 모든 것은 오해라고 기회를 주면 오해를 풀겠다고 했다.
i는 오해하지 않았다고 답장을 했다. 그를 오해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는 그냥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변화할 것이고 괜찮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 것은 i의 마음이었고 바람이었을 뿐이었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비꼬았지만 그는 그런 의미로 이해한 거 같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에게 “꽈배기”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은 순수한 의도로 말을 해도 꼬아서 듣는 그의 부정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이 점 때문에 B는 D를 좋아하지 않았다. D도 i가 언팔할 때 “마음이 슬프네, 정 들었나봐”라고 말했듯 i의 기분도 아마 그런 것이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었다고 i는 판단했다. 그 와중에도 D는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에 메시지를 보내면 D가 답장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이제 와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답장은 매우 신속하고 내용도 길고 성의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i의 마음은 이미 많이 떠난 후였다.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해는 무슨 오해?
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먹을 정도로 독심술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지도 않았고
모든 걸 너의 룰에 따르고 네가 하자는 대로 심심이 내지는 심심풀이 땅콩이 되어줄 생각도 없어. 난 소중하고 내 시간도 소중하거든.
신뢰가 깨졌다고? 나를 믿었다고?
나를 믿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끝까지 속이고 거짓말만 했을 수 있어? 본인은 애시당초 신뢰 자체가 없었는데…
나를 믿지 못해서 본인에 대해 하나도 이야기하지 못했으면서 날 믿었다고?
결국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너의 마음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 뿐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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